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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교수 인터뷰

홍보부에서는 한국노년학회 23대 회장을 역임하시고 2021년 2월에 퇴임하신 한경혜 명예교수님과, 25대 회장을 역임하시고 2021년 8월에 퇴임하시는 김미혜 교수님께 간단한 소회와 더불어 미래 한국노년학을 이끌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조언을 담은 서면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바쁜 시간 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한경혜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족학과 명예교수

[한경혜 명예교수]

1.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를 하시는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요?
교육과 연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고 싶다. 무엇보다도 국내외에서 한몫을 하고 있는 제자들이 나의 가장 큰 보람이다. 그리고 학회에서 만나 공동의 관심으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동료들도 소중하다. 매년 국제학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서 거듭된 만남이 30여 년 축적되어, 이제는 연구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찐친’이 되었다. 요즘은 아쉬운 대로 zoom으로 만나고 있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시차 때문에 미팅 시간 조정하는 것이 난제이기는 하지만, 안부를 묻고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다. 연구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베이비부머에 대한 대규모 종단연구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을 꼽고 싶다. 매년 수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종단연구를 승인해준 기업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뉴욕 본사 임원들 앞에서 연구의 필요성을 발표하면서 긴장했던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베이비부머 데이터는 국내외 많은 연구자들에게 오픈되어 훌륭한 연구논문들이 유수저널에 계속 발표되고 있으니 보람이 크다. 한국의 백세노인 연구를 ‘세계 백세인 연구연합(The International Centenarian Consortium:ICC)’에 소개하는 역할을 했던 것도 보람이 크다. 막 초벌 분석이 끝났던 연구결과를 보스톤 ICC 미팅에서 처음 발표하였는데, 발표 후 한국팀을 정식 멤버로 초대하는 결정을 내려준 세계 각국 연구자들과의 인연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2. 정년을 맞이하시면서 교직 생활과 일상생활을 포함한 지난 모든 시간을 회고하실 때 아쉬운 점이 있으신지요?
아쉬움은 많은데, 잊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조금 더 열심히 할걸’ 하는 마음이 들면 ‘그래도 수고했어’라고 자신을 다독인다. 업적을 위한 연구가 아닌 ‘재미있는 연구’를 하겠다는 초심을 지킨 점을 스스로 칭찬하며 아쉬움을 접는다. 사람들, 특히 제자들에게는 조금 더 잘해줄 걸 하는 마음이 많다. 너무 엄격했나, 너무 완벽을 요구해 숨 막히게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조금 더 너그러웠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직장생활에 매여 나를 돌보지 못한 점, 바쁘다고 운동에 소홀했던 점도 그중 하나다.

3. 한국노년학회 회장직을 맡아보신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노년학회의 사회적 역할 및 발전 방향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한국노년학이 아시아, 나아가서 세계노년학 연구와 발전에 선두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한국노년학회는 세계대회 개최를 통해 이미 능력을 보인 바 있고, 회원들은 실력이 뛰어나고 열정적이다. 미국노년학회 등 국제무대에서도 한국인 노년학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학회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주기를 기대한다. 주니어 학자들에게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여 학문후속세대를 기르는 작업에도 힘을 모아주기를 희망한다. 한국사회의 연령차별적 문화를 개선하는데 학회가 주도적 역할을 하였으면 하는 바램도 조심스럽게 적어본다. 학회가 이미 많은 노력을 하여왔으나 한국노인들이 놓여있는 차별적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공식적으로 노인이 되고 보니 일상에서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접하는 빈도가 훅 늘었다. 사람은 모두 나이를 먹으니 연령차별적 문화를 개선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노력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4. 노년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후학들에게 해주시고 싶으신 당부나 조언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세대는 노년학 선진국의 연구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었다면, 이제 후학들은 ‘문을 여는 연구’를 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한국적 맥락에서 의미 있는 연구주제와 연구문제가 세계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한국의 백세노인 가족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 백세인 연구자들에게 주요 레퍼런스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 한 예라고 하겠다. 우리 후배들은 뛰어난 역량을 이미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시각에서 새로운 연구문제를 던질 준비가 되어있다고 믿는다. 노년학 연구자로서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학회에 열심히 참여할 것을 당부한다. 시간 및 경제적 비용이 꽤 크지만 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특히 주니어 학자들에게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안목을 넓히고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만나서 연구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다 보면 생기는 동지애(?)는 일종의 화학작용과 같다고 할까? 나도 참 열심히 다니고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아마 연구자로서의 내 삶을 가능하게 한 가장 큰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 김미혜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미혜 교수]

1.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를 하시는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요?
Brain Korea 21을 1회부터 4호까지 수주하는데 기여하고 특히 초기 6년간 단장으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동안 과 교수님들과 함께 캄보디아 왕립대학에 대학원을 개설하여 운영하면서 석사 학생을 배출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협력선도대학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사회복지학과를 국제화에 공헌했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2. 정년을 맞이하시면서 교직 생활과 일상생활을 포함한 지난 모든 시간을 회고하실 때 아쉬운 점이 있으신지요?
학교의 보직을 맡다 보니 강의 준비나 연구에 집중할 시간이 항상 부족하여 강의내용에 최신 이론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안과 사례를 더 많이 포함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어요. 연구도 마찬가지로 연구프로젝트 책임자로 역할이 부족했지 싶습니다. 보통 결혼하신 여교수님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잡기 어려움을 겪는 것같이 저도 힘들었습니다.

3. 노년학회에 얽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회장님과의 사이에서 민망하고 재미있는 일이 있습니다. 알다시피 회장님은 항상 남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으신데 어느 순간부터 저에 대한 호칭이 마님이 되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마님으로 불러주는 게 민망하기도 했지만 재미도 있었습니다.

4. 한국노년학회 회장직을 맡아보신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노년학회의 사회적 역할 및 발전 방향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사회가 고령화로 진행된다는 것은 국가, 사회 일반인도 모두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많은 집에서 고령 노인의 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베이비부머 의 욕구에도 신경을 써야 하겠지요. 이 밖에도 많이 있지요. 이런 이슈들에 노년학회가 얼마나 소리를 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가 국제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요. 노년학회는 다양한 노인들의 욕구 문제와 이슈들이 사회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동시에 노년학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겠습니다. 노년학이 사회에 실질적으로 공헌하기 위해서 더 많은 전공들과 협업하고 융합을 통해서 새로운 정체성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5. 노년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후학들에게 해주시고 싶으신 당부나 조언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노년학회에 참여하는 교수님들은 각기 전공 분야를 가지고 있습니다. 4차 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년학은 실용 학문이기 때문에 노년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변화하는 사회에서 노인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영역의 학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