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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 기고문 1

즐거웠기 때문에

한경혜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족학과 교수)

[한경혜 교수]

오늘 아침 미국노년학회(GSA)에서 보내온 석좌회원(fellow) 선정 인증사진을 이메일로 받았다. 수여식 다음날 컨퍼런스 호텔에 방을 하나 마련하여 두고 GSA 회장과 함께 사진사가 대기하면서 개인별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그 사진이 배달되어 온 것이다. 수여식 당일에도 미리 준비해 둔 내 사진과 태극기를 큰 화면에 배경으로 비추고 증서를 수여해주어 석좌회원이 영광스러운 자리임을 일깨워주었다. 올해 초, 노년학과 미국노년학회에 대한 기여도를 기준으로 하여 선정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석좌회원 추천을 결정하였다는 연락을 받았다. 노년학자로서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것은 그렇다 쳐도 내가 미국노년학회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1990년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학교에 자리 잡은 후 거의 매년 GSA 컨퍼런스에 참석하였으니, 참 오랜 기간을 열심히도 다녔다. 갈 때 마다 대학원생들 서너 명과 동행하였고, 그 친구들 대부분이 이제 미국과 한국에 자리를 잡아 노년학자로서 제 몫을 하고 있으니 그 덕분에 선정된 것 같다.

내가 GSA미팅에 열심히 다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즐거웠기 때문’이다. 연구자로서 자극을 받는 좋은 연구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나는 즐거움이 컸다. 나를 흥분시키는 발표나 포스터를 한 개라도 접하면 먼 길을 간 보람이 느껴졌다. 함께 공부하였던 동문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즐거움이 컸고, 그런가하면 연구관심을 공유하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는 즐거움도 컸다. 학기중반 한창 바쁜 시기와 겹칠 뿐 아니라 미국행은 오랜 비행에 몸도 지치고 경비도 만만치 않은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년 참석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즐거움 때문이었다. 되돌아보면 연구자로서의 나의 삶의 궤적에 GSA는 항상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백세인 연구를 ‘세계백세인 연구연합(International Centenarian Consortium)’에 소개하여 한국이 정식으로 멤버가 되는데 역할을 하였던 보스톤 GSA 미팅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동경대학의 Akiyama 교수의 발표를 듣고 건냈던 질문과 짧은 시간의 대화로 의기투합하여, 양국을 오가면서 몇 차례의 공동연구와 긴 우정을 나누게 된 계기가 된 것도 GSA 미팅 덕분이었다. 이 인연은 Akiyama 교수의 제자인 고베대학 Katagiri 교수와의 수차에 걸친 공동연구로 이어지기도 했다. 베이비부머에 대한 한국 최초의 종단연구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것도 상당부분 GSA 덕분이었다. 메트라이프 한국재단은 내가 제안한 연구계획에 대하여 매우 긍정적이었지만, 미국 본사는 이 대형 프로젝트를 한국의 여성교수에게 맡기는 것에 대해 유보적이었다. 이때 GSA에서 미국본사 Mature Market Institute 의 Timmermann박사와 Migliaccio박사를 만나 연구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가진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하였다. 이 두 명의 콜롬비아대학 출신 노년학자는 이 연구에 열광하면서 메트라이프 본사의 노파심을 재워주었다. 아이디어와 신선한 방법론에 매료되어 포스터 앞에 앉아서 두 시간쯤 기다려 포스터를 회수하러 돌아온 미국의 Paula 교수를 만났던 것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순간이다. 그 후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었고, Paula가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하고 내 제자를 포함한 아시아지역 신진연구자들과 네트웍을 형성하여 공동연구 논문을 발표하도록 도울 수 있었던 것도 GSA에서 시작된 인연이었다. 내 경우를 보면, 학회에 열심히 참석하는 것은 연구자로서 분명 매우 남는 장사임을 알 수 있다고 해야 할까? 내년에는 더 많은 한국연구자들을 GSA에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 기고문 2

GSA Fellow Award를 수상하고

김미령 (대구대학교 지역사회개발·복지학과 교수)

[김미령 교수]

은퇴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GSA Fellow Award를 수상하게 되어 평소 학문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이 조그마한 결실을 맺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대구대학교는 해외 학회에서 발표를 하면 항공료와 학회등록비를 지원해 주어 GSA에 참석하는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었다. GSA학회에 참석하여 노년학자들이 발표하는 다양한 세션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다니며 세계 노년학의 동향을 파악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연구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

처음 GSA에 참여하던 해에는 포스터 초록 하나만을 제출하였으나 해를 거듭하면서 구두발표, 심포지엄구성 등 여러 논문초록을 제출하고 발표하였다. 어느덧 GSA에 참석하여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연중행사가 되었으며 outsider가 아닌 열심히 참여하는 자가 되고 싶은 동기가 생겼다. 또한 GSA에 참석하는 한국 및 재미한인학자들이 학문적으로 교류하며 정보도 나누는 모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여러 교수님들의 동참으로 GSA 내에 KKAA(Korean/Korean American and Aging)를 구성하게 되었다. 2016년에는 GSA에서 정식으로 KKAA가 Interest Group으로 등록허가가 났으며 3년 동안 의장으로 봉사하였다. 이제 KKAA도 구성원이 100여명을 훌쩍 넘어 걸음마 단계는 지나 GSA 내의 한국 및 재미한인학자들의 구심점이 된 것도 또 하나의 보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세계의 노년학자들과 한국학자들 간에 학문적으로 더욱 활발한 교류가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배 교수님들의 노력으로 2013년에는 한국에서 세계노년학회(IAGG)를 개최하였는데 계속 많은 한국 노년학자들이 GSA에 참석하여 한국 노년학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의 노년학이 세계 속의 노년학으로 더욱 발돋움하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